"저는 이번 달에 다시 앱에 가입할까 합니다." 52세의 독자분이 보내오신 메시지였습니다. 이혼 후 10개월이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저희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좋습니다. 다만 가입 전에 사흘만, 혼자 어디를 다녀와 주시겠습니까."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시기 전에 꼭 거쳐야 할 시간이 있습니다. 혼자 있어도 무너지지 않는다는 확인. 혼자 밥을 드셔도 맛있다는 경험. 혼자 걸어도 걸음이 가볍다는 발견. 이것이 없으시면, 다음 관계는 '혼자를 피하려는 도피'가 됩니다.
왜 3월의 통영인가
많은 분들이 처음에는 제주나 강릉을 생각하십니다. 좋은 선택이지만, 이번에는 통영을 권해 드립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 3월의 통영은 관광객이 거의 없습니다. 5월부터 사람이 몰리지만, 3월은 바닷바람이 아직 차고 골목이 한가합니다.
- 혼자 걷기에 좋은 동선이 자연스럽게 짜입니다. 동피랑, 서피랑, 강구안, 세병관. 반나절씩만 걸으시면 됩니다.
- 바다가 거칠지 않습니다. 동해와 달리 남해의 바다는 다정합니다. 혼자 보기에 부담이 없습니다.
- 음식이 혼자 먹기에 좋습니다. 충무김밥, 시락국, 생선구이 백반 — 모두 1인분이 가능하고, 자연스럽습니다.
3박 4일의 리듬
첫째 날 — 도착
서울 출발이라면 SRT 또는 KTX로 진주까지 간 후 시외버스로 통영에 들어오시는 방법이 일반적입니다. 너무 많이 예정을 잡지 마십시오. 숙소에 짐을 풀고, 강구안 주변을 한 시간 정도 천천히 걸으시면 첫날은 충분합니다.
저녁은 가까운 식당에서 생선구이 백반. 혼자 드시는 것이 처음이시라면 불편하실 수 있습니다. 책을 한 권 챙기시고, 식당 구석의 1인 테이블을 요청하시면 됩니다.
둘째 날 — 동피랑과 서피랑
아침 일찍 강구안에서 멸치국수 한 그릇. 그다음 동피랑 벽화마을을 올라가시기를. 계단이 꽤 있습니다. 천천히 가십시오. 꼭대기 부근 작은 카페에서 통영 바다가 보이는 자리에 앉아 두 시간 정도 계셔도 좋습니다. 책을 가져가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오후에는 서피랑. 이곳은 동피랑보다 훨씬 한적합니다. 피아노 계단과 골목을 거닐다 보면, 오늘 하루 '누구에게 보일 필요가 없다'는 가벼움이 느껴지실 것입니다.
셋째 날 — 한산도 혹은 미륵산
체력이 괜찮으시다면 미륵산 케이블카를 타셔서 정상을 다녀오시기를. 통영의 섬들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정상 벤치에 30분 정도 앉아 계시기 바랍니다. 이 30분이 여행의 핵심입니다.
한산도로 건너가시는 분도 계십니다. 배로 25분. 섬에서 반나절을 보내시고 돌아오시면 저녁이 맞춤으로 찾아옵니다.
넷째 날 — 돌아오는 길
아침에 조금 더 천천히 움직이시기를. 전날 사두신 꿀빵 한 상자를 챙기시고, 서울행 기차에서 창밖을 보시며 돌아오십시오.
혼자 있을 때 피하셔야 할 것
- 계속된 통화. 외로움을 메우려 친구에게 자꾸 전화하시게 됩니다. 하루 한 번이면 충분합니다.
- SNS 확인. 다른 사람의 완벽한 여행을 보며 기분이 내려갑니다. 비행기 모드를 권해 드립니다.
- 낯선 분과의 성급한 대화. 외로우실 때 카페나 식당에서 누군가와 긴 대화를 하게 되기 쉽습니다. 가볍게 인사하시고, 거리를 유지하십시오. 이번 여행의 주인공은 당신이십니다.
숙소 선택
대형 호텔보다는 작은 게스트하우스나 스테이 형식을 권해 드립니다. 바다가 가까운 숙소는 이미 많이 생겼습니다. 1인실이 따로 있는 곳을 찾으시면 좋습니다. 리셉션에 "혼자 왔다"고 말씀하시는 것을 어색해하지 마십시오.
돌아와 하실 일
통영에서 돌아오신 저녁, 바로 앱을 여시지 마시기 바랍니다. 일주일을 기다리시고, 그 사이에 이번 여행에서 적어두신 메모를 다시 읽어 보십시오. 그곳에 당신이 다음 관계에서 진짜로 원하시는 것이 적혀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기대어 확인받을 필요 없이, 이미 알고 계실 것입니다.